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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대의 글로사니즘] 생성형 AI가 만든 결과물을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 기사등록 2025-02-24 11:51:11
  • 기사수정 2025-02-24 11: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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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ttonbro studio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6153354/ 

[대한민국명강사신문 최원대 칼럼니스트]

 

AI 아티스트. 한때 인공지능 프로그램 사용자를 ‘아티스트’라 칭한 것이 SNS와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생성형 AI 사용자가 ‘아티스트’라면 자연스레 그가 만든 결과물은 ‘예술 작품’이 된다. 과연 AI로 만든 결과물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짜파게티 요리사냐’, ‘자판기에서 커피 뽑으면 바리스타냐’, ‘밀키트 사용해도 요리사 대접해 줄 거냐’ 반응은 이런 냉소와 조롱이 대부분이다. 


챗지피티(ChatGPT)를 필두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생성형 AI는 텍스트 외에도 오디오, 이미지,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만든다. 초창기 AI는 단순히 데이터와 패턴을 학습해 대상을 이해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와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은 쉽다.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된다. ‘덤벨을 드는 모습’, ‘30대 동양인 남성’ 등 원하는 키워드만 작성하면 포토샵 없이도 누구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글도 마찬가지. 원하는 내용과 분량, 어조 등을 설정해주면 책 한 권도 하루 이틀이면 쓸 수 있다.

 

이 간편성이 ‘AI가 만든 결과물을 예술로 볼 수 있느냐’라는 논쟁의 핵심이다. 밀키트 사용자가 무슨 요리사냐! 이 말은 일리가 있다. 요리사는 단순히 요리를 업(業)으로 하면서 무엇보다 기술적인 측면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창의성까지 갖췄다면 훌륭한 요리사에 속한다.


다만 여기서 화두로 올리고 싶은 말은 ‘기술’과 ‘창의성’이다. 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먼저 과거에 사진작가에게 우리 사회가 했던 질문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예술인가? 그 결과물인 사진을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요즘이야 이 질문에 대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이미 수많은 사진 작가들이 ‘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그 결과물은 예술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한때 사진은 예술이 아니었다. “셔터만 누르는 걸 누가 못해? 그게 무슨 예술이야?”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진에는 촬영자의 의도와 선택이 담겨 있다. 사진작가는 피사체를 ‘선정’하고, 어떻게 담을지 구도를 ‘고민’해 ‘결정’하며,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값 등의 ‘설정’을 통해 피사체에 ‘자기 개성’을 담아 사진이라는 결과물로 ‘표현’한다. 회화를 비롯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똑같다. 무엇을, 어떤 구도로, 어떤 도구를 통해 그릴 것인가 하는 고민 말이다. 그래서 사진도 엄연한 예술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생성형 AI로 만든 작품도 과연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다. AI 사용자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고, 키워드를 입력하고, 결과물을 저장하는 ‘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아무리 단순해도 예술은 예술이다. 왜 예술이 어렵고 복잡해야만 하는가.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보면 커다란 캔버스에 점 하나 쿡 찍혀 있다. 그게 전부다. 널찍한 철판 위에 돌 하나 올려놓은 작품은 또 어떻고? 예술품이 반드시 고난도의 기술로 복잡한 제작 과정을 거쳐야만 작품으로 인정한다는 규칙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사진 찍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잖아. 그럼 카메라를 가진 나도 사진작가겠네?”


업으로 삼고 있느냐, 무엇보다 자신만의 철학과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느냐의 차이겠다. 시(詩)나 소설은 누구나 쓸 수 있고, 그림도, 음악도 마찬가지다. 예술은 모두의 영역이고, 누구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세상에는 ‘좋은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이 있을 뿐.


사진을 놓고 예술이냐 아니냐를 따져 묻던 시절이 있었다. 그 전철을 그대로 밟으며 언젠가는 ‘AI 아티스트’라는 말도 대중화될 것이다. 이미 2020년 콜로라도주립 박람회에서는 생성형 AI인 미드저니로 그린 작품이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수상한 바 있다.


예술이다, 아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너무 올드한 논의 주제 아닌가. 작품의 의미, 완성도에 대한 논의라면 몰라도. 시대는 점점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멀미가 날 지경인 그 속도를 체감하면서 부디 고리타분해지진 말았으면 한다.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의 예술성 여부를 따지는 그런 보수적인 사고가 적어도 예술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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