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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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ChatGPT)로 글을 쉽게 만들 수 있는데, 굳이 글쓰기를 배워야 할까?” 요즘 자주 듣는 질문이다.
흥미롭게도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글쓰기 강의며 관련 서적은 오히려 더 늘었다. 프롬프트 몇 줄이면 칼럼부터 블로그 포스팅, 하물며 보고서까지 다양한 글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겁다.
그 답을 찾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왜’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왜’ 쓰는가. ‘왜’ 써야만 하는가. 명확한 이유 없이 시작한 글쓰기는 대부분 오래가지 못한다. ‘why’가 불분명하면 꾸준한 실천이 어렵다.
글쓰기의 목적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기록. 인류는 농경을 시작하면서 재산과 물자의 증대를 경험했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기록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문자가 탄생했다. 기록은 개인과 사회의 기억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다.
둘째는 소통이다. 우리는 말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서도 감정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글은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효율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는 자기 탐색이다. 머릿속에 막연하게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넷째는 치유이다.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자아존중감이 향상되는 등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제로 정신과나 심리상담 과정에서도 글쓰기는 내담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치유를 돕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이러한 네 가지 이유로 글쓰기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삶의 중요한 도구다. 반대로 글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 네 가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중요한 사건이나 정보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타인과의 소통도 어려워진다. 하물며 자기 탐색과 치유는 더욱 요원한 일이 된다.
“이러한 내용으로 1,700자 내외의 칼럼 써줘.” 이 한 줄이면 챗지피티는 불과 몇 초만에 한편의 글을 완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들은 글쓰기에 더 관심을 가진다.
과거에는 대학 졸업장이나 해외 유학 경험이 경쟁력이 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생성형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새로운 능력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려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설명, 즉 프롬프트는 글로 이루어진다. 누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느낀 것이다. 프롬프트를 잘 짜려면 결국 글쓰기 능력이 필수라는 사실을.
또한 온라인 시대에는 개인도 하나의 브랜드다.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매년 2억 건 이상 생산되는 네이버 블로그 콘텐츠를 비롯해, 수많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한다. 이때 글쓰기는 소비자에 머물 것인지, 생산자로 성장할 것인지를 가르는 결정적 힘이 된다.
결국, 챗지피티가 등장한 시대에도 여전히 글쓰기는 필요하다. 아니, 오히려 더 절실하다. 글쓰기를 배우는 것은 기록하고 소통하며, 자신을 탐색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나아가 변화하는 시대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필수 역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