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
질투심. 이 단어를 떠올리면 우리는 대개 부끄러움과 함께 고개를 돌린다. 타인의 것을 욕심내는 못난 감정으로 치부하거나, 내가 덜 성숙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라 여긴다. 하지만 강민경 동화작가의 『난 왜 자꾸 질투가 날까』를 읽으며, 나는 오히려 그 감정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그리고 얼마나 성장의 중심에 있는지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 설희는 초등학교 4학년. 사랑받고 싶은 마음, 주목받고 싶은 감정이 동생을 향한 질투심으로, 친구와의 경쟁심으로 자주 고개를 든다. 설희는 그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는 설희를 통해 질투심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것은 어른이 된 나의 내면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감정과 너무 닮아 있었다.
직장에서도 우리는 질투한다. 인정받는 동료, 더 좋은 성과를 낸 사람, 누군가의 관심을 독점하는 타인을 보며 조용히 속이 뒤집히는 감정. 이 감정이 어린 시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질투가 단지 미성숙함의 문제가 아닌, 사랑받고 싶은 본능적인 감정임을 알려준다.
책 속에서 설희는 질투로 인해 반성하고, 고민하며, 때로는 후회한다. 그 곁엔 늘 친구 동우가 있다. 동우는 설희에게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것까지 응원하는 거야"라며 일침을 놓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대사가 과연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언어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아이의 시선과 감정을 다룬 책이기에, 조금 더 아이의 언어로 설희의 감정을 펼쳐냈다면 어린 독자들이 훨씬 편하게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질투라는 감정을 통해 한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설희는 단순히 반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할머니의 조언과 친구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변화시켜 나간다. 질투는 나쁜 감정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욕구의 또 다른 얼굴임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혹시 지금의 나 역시, 감정을 숨긴 채, 여전히 ‘설희’의 감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질투는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이해하고 다스려야 하는 감정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이겨내느냐일 것이다.
질투의 여왕 설희는 결국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변화했다. 우리도 그렇게 조금씩, 마음속 ‘설희’를 안고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