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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책방-변지희] 마음속 괴물들과 살아가는 어른들을 위하여
  • 기사등록 2025-05-01 14: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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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즐겨 찾던 동화책을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읽고, 해석한 뒤 메시지를 나눕니다. 감정, 공감, 소통, 배려, 관계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삶의 핵심 가치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칼럼으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최숙희 작가의 그림책 『마음아, 안녕』은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두려움, 슬픔, 화, 부끄러움, 외로움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괴물’로 형상화하여 아이들에게 감정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친다. 그러나 이 그림책이 진정으로 빛나는 지점은, 단지 아이들을 위한 감정 교육을 넘어, ‘마음의 괴물’이라는 은유를 통해 모든 연령대가 겪는 감정의 보편성과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낯선 상황이나 타인의 시선, 작은 실패에도 쉽게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때 어른들은 종종 아이들의 감정을 ‘그럴 수도 있지’, ‘참아야지’라며 덮으려 한다. 그러나 감정은 억제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억눌린 감정은 내면의 어두운 곳에서 괴물이 되어 자란다. 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커질수록 우리는 감정을 들여다볼 여유를 잃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미숙함으로 여긴다. 결과적으로 많은 어른들이 ‘불안’, ‘열등감’, ‘분노’, ‘자책’이라는 이름의 괴물과 함께 살아간다.

 

『마음아, 안녕』이 제안하는 치유의 첫걸음은 감정과의 대면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괴물 같은 감정들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그들에게 ‘안녕’이라 인사한다. 이 인사는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다.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행위이며, 감정을 객관화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심리학적으로도 중요한 전략이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이름 붙이고 바라보는 것이 자각과 회복의 첫 단계라는 것은 다양한 연구와 상담 사례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 속 어른들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화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쉽게 분노에 휩싸이고, ‘괜찮아져야지’ 다짐하면서도 깊은 외로움과 우울에 잠식되곤 한다. 직장 내 스트레스, 가족과의 갈등, 사회적 비교, 미래에 대한 불안은 끊임없이 새로운 괴물들을 만든다. 특히 SNS 속 타인의 행복한 모습은 자기 존재에 대한 의심과 소외감을 증폭시킨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보호받던 울타리 없이 이 모든 괴물들과 스스로 싸워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마음아, 안녕』은 어른들에게 더욱 필요한 책이다. 우리는 이미 괴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부정하거나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감정은 없어져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우리 삶의 중요한 일부다. 두려움은 나를 지키려는 본능이고, 슬픔은 내가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증거다. 화는 경계가 무너졌다는 신호이며, 외로움은 관계를 갈망하는 인간다운 욕구의 표현이다. 괴물은 적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돌보게 만드는 안내자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어른이 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감정은 우리의 생명력이고, 인간다움이다. 『마음아, 안녕』은 그림책이라는 간결하고 따뜻한 형식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법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낸 자기 마음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는 어른들도 감정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감정을 인정하고, 괴물에게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해보자. “너도 여기 있었구나. 안녕.” 그 순간부터 우리는 더 이상 괴물에게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라, 괴물과 함께 걷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아, 안녕』은 그렇게 우리에게 용기 있는 인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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