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진 기자
[대한민국명강사신문=박이진 ]
경기지식 AI챗봇으로 기획 보고서 한 번에 "AI가 초안은 잘 뽑아주는데,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결과물을 그대로 쓰자니 불안하고, 어디까지 맡겨야 할지 기준도 없습니다." "한 번 세팅해두면 계속 쓸 수 있다는데, 그 '한 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공공기관과 기업 현장에서 AI를 도입한 실무자들이 공통으로 토로하는 말이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보고서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사람은 빠르게 늘었지만, 대부분의 활용은 '질문을 던지고 결과를 받는' 단발성 사용에 머물러 있다. 조직의 보고 체계, 독자의 기대 수준, 내부 문체 규정 같은 맥락은 매번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물은 어딘가 어긋나 결국 사람이 다시 쓰는 일이 반복된다.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는 분명히 왔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쓰게 하는 법'을 모른 채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AI문해교육원 대표 조재옥 강사는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주목해 왔다. 18년간 국어교육과 보고서 교정 현장에 몸담으며 500건 이상의 실무 보고서를 교정·편집해 온 그는, AI 시대에도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져도, 자기 업무를 정리하지 못한 사람은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맴돕니다." 지난 26일 경기지식(GSEEK) 디지털역량 화상학습 특강에서 조 강사는 바로 이 문제에 대한 자신만의 해법을 펼쳐 보였다. 신청 정원 300명이 조기 마감됐고, 250여 명이 실시간 실습에 참여했으며, 강의 후 200건에 가까운 수강 후기가 이어졌다. 강의명은 '새해엔 야근 줄이기'. 제목부터 실무자의 절실함을 대변했다.
"프롬프트 잘 쓰는 법을 배우러 오셨겠지만, 오늘 진짜 하실 일은 본인의 업무를 정리하는 겁니다"
조 강사가 강의 초반에 던진 이 한마디가 특강 전체의 방향을 압축했다. 그가 제시한 접근법은 명쾌했다.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할 때를 떠올려보라는 것이다. 우리 부서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고서는 어떤 형식으로 쓰는지, 조직에서 선호하는 문체는 무엇인지, 절대 쓰면 안 되는 표현은 무엇인지―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넘기지 않는가. AI에게도 똑같이 하면 된다는 것이 조 강사의 핵심 논리다.
이번 특강의 중심에는 '김대리봇'이라는 업무 특화 AI 챗봇 설계 실습이 있었다. 직무의 성격, 조직 고유의 문체, 보고서 형식, 주요 주제, 금지 표현 등을 한 번 체계적으로 정리해 AI에 전달해두면, 이후에는 "이번 달 실적 보고서 초안 잡아줘", "민원 회신문 틀 만들어줘" 같은 짧은 요청만으로 맥락에 맞는 초안을 받을 수 있다. 매번 배경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고, 결과물의 일관성도 높아진다. 조 강사가 이 방식을 설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8년간 국어교육 현장에서 쌓은 글쓰기 구조화 경험과, 수백 건의 보고서를 교정하며 체득한 '조직이 원하는 글'에 대한 감각이 있다. AI 도구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나오기 어려운, 글과 업무 양쪽을 아는 사람의 설계였다.
5개 파트 실습 구성―도구가 아니라 '설계 감각'을 훈련시키다
교육은 5개 파트로 구성돼 실습 비중을 극대화했다. 파트1에서 조 강사는 같은 AI를 사용해도 사람마다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를 짚었다. '많이, 길게 설명하는 것'이 좋은 프롬프트의 조건이 아님을 환기시키며, 내 업무의 독자는 누구인지, 보고서의 목적은 무엇인지, AI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무엇을 금지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파트2에서는 본격적으로 '김대리봇' 생성 실습이 진행됐고, 수강생들은 각자의 업무 환경에 맞춰 챗봇의 역할, 톤, 출력 형식 등을 직접 설정했다. 파트3에서는 챗봇과 에이전트를 작동시키는 지침 작성법을 다루며 설계한 내용을 실제 작동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과정을 따라갔다.
조 강사는 이 과정에서 "에이전트 시대에 지침 설계 능력이 곧 실무 경쟁력"이라는 메시지를 교육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 환경에서는, 사람이 작성한 지침의 품질이 결과물의 품질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이 메시지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조 강사 자신이 글의 구조와 품질을 판단하는 데 오랜 실무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료 사용자까지 품은 설계, 초안에서 검토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파트4에서는 구글 제미나이의 GEMS를 활용해 '김대리봇'을 완성하는 실습이 이어졌다. 여기서 눈에 띈 것은 조 강사의 운영 설계였다. 유료 구독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흐름으로 실습을 구성해, 무료 사용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이런 세심한 설계는 다양한 환경의 수강생을 실제로 만나온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실습 결과물을 채팅창에 공유하는 참여가 활발하게 이어지며, 온라인 강의임에도 현장은 활기를 띠었다.
보너스 파트에서 조 강사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김대리봇'이 작성한 초안을 '김부장봇'이 교정·검토하는 이중 구조를 제시한 것이다. 이 '김부장봇'의 검토 지침에는 조 강사의 교정교열 경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단순한 맞춤법 교정이 아니라, 논리 흐름의 비약은 없는지, 독자에게 불필요한 정보가 섞여 있지 않은지, 조직의 보고 관행에 맞는 표현인지를 점검하는 기준이 담겼다. 500건 이상의 보고서를 직접 교정해 온 사람이 아니면 세울 수 없는 기준이었다. 이로써 초안 작성에서 검토까지 이어지는 보고서 작업 흐름이 하나의 체계로 완성됐다.
경기지식 챗봇 강의를 진행 중인 조재옥 강사
지금 현장에는 AI 도구가 넘쳐난다. 챗GPT, 제미나이, 코파일럿, 클로드―선택지는 매달 늘어나고, 각 도구의 성능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도구가 많아졌다고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를 쓰고 있긴 한데,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혼란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 현장의 솔직한 풍경이다.
챗GPT에 질문 한 줄 던지는 것과, 자신의 업무 맥락을 구조화해서 AI에게 일관된 기준을 넘기는 것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도구를 '설계'하는 것이다. 사용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설계는 자기 업무를 깊이 이해한 사람만 할 수 있다.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되면, AI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 설계한 지침에 따라 판단하고, 실행하고, 연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그때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준과 구조를 AI에게 넘길 수 있느냐다.
업무를 분해하고, 맥락을 정리하고, 판단의 기준선을 세우는 능력―이것은 기술 역량이 아니라 문해력의 영역이다. 코딩을 배우거나 최신 도구를 익히는 것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조재옥 강사가 AI 교육 현장에서 차별화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I 기능을 소개하는 강사는 많지만, 글의 구조를 이해하고 업무의 맥락을 읽으며 그것을 AI 설계로 연결할 수 있는 강사는 드물다. 기능을 배우는 교육은 도구가 바뀌면 함께 사라진다. 그러나 자기 업무를 구조화하고, 그 구조를 AI에게 넘길 수 있는 힘은 어떤 도구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현장이 필요로 하는 AI 교육은, 버튼을 누르는 법이 아니라 바로 그 힘을 키우는 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