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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옥의 페이지원] 가장 먼저 읽어야 할 베스트셀러 '이어령의 말' - 사유의 집대성과 통찰의 기록, 시대를 초월한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메시지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 기사등록 2025-02-14 00:44:45
  • 기사수정 2025-02-14 02: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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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명강사신문=조재옥 ]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천 개의 단어, 생각의 틈을 비집는 문장들, 그리고 억겁의 시간이 모인 결정체. 2022년 2월, 우리는 한 거대한 도서관을 잃었다. 하지만 이어령 선생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가장 빛나는 책들을 정리하며, 우리에게 건넬 마지막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평생을 '말'과 '글'로 세상과 소통했던 그가 수백 권의 저작 속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장들을 가려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남긴 것이다. "후대의 독자들이 내가 평생 해온 지적 탐험을 쉽게 이해하면 좋겠다"는 마지막 바람을 담은 『이어령의 말』은 단순한 유고집이 아닌, 그의 온 생애가 응축된 지혜의 결정체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시대를 읽던 그의 예리한 시선과 깊은 사유를 다시 만날 수 있다.

 

이어령의 사유는 우리말이 지닌 소박함과 경이로움으로 세상을 읽어낸다. 그는 늘 자기만의 언어로 사유했고, 그 깊이는 특히 짧은 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마음이야말로 정신의 인덱스"라는 한 줄의 문장이 주는 울림은, 때로는 천 마디 말보다 강렬하다. 1970년대부터 그의 사유를 '사전화'하고자 하는 요청이 있었지만, 그는 때가 이르다며 고사했다. 작고하기 7년 전부터 준비한 이 '최후의 기획'은, 그렇게 3년의 정성스러운 선별 과정을 거쳐 우리 앞에 놓였다.


 이미지 제공: Pixabay, ⓒcongerdesign 

이 책의 가치는 그 깊이와 너비에 있다.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라는 아홉 개의 주제 아래, 한 위대한 지성의 평생 사유가 체계적으로 펼쳐진다. "세상은 늘 죽을 만큼 괴로운 것들을 넘어서야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통찰에서 "구르지 않고 손에 잡기도 편한 것이라면 원과 사각형의 중간, 여섯 모난 연필이 가장 좋다"는 일상적 관찰까지, 그의 시선은 삶의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포착한다. 각 주제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우리가 잊고 있던 근원적인 질문들과 마주하게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진정한 가치인가?" 그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더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인도한다.


책의 독특한 형식도 주목할 만하다. 한 페이지에 한 토막의 글만을 실어, 독자들이 충분한 여백 속에서 사유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가 내민 문장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를 느끼는 시간. 마치 특별한 초대장을 받은 느낌마저 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을 돌아보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의 문장은 일상의 작은 관찰에서 시작해 깊은 철학적 통찰로 이어진다. "눈물을 흘리는 동안에만 인간은 순수할 수 있다"는 짧은 문장은 우리 존재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고, "세상은 늘 죽을 만큼 괴로운 것들을 넘어서야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는 말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위로가 된다. "정의로움은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사랑에는 입장이라는 게 없다"는 통찰은 대립과 갈등으로 가득한 우리 시대에 새로운 빛을 던진다.

 

특히 이 책이 더욱 빛나는 것은 우리 시대와의 공명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지금, 이어령의 통찰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며 살고 있는가?"를 묻는다. "물과 불 사이에 둔 솥처럼 상극하는 두 가치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서 아름답게 조화시키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극단적 대립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지혜를 전한다. 그의 통찰은 시간이 흐를수록 여전히, 아니 더욱 빛이 나고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시처럼, 그의 문장들은 우리의 감정을 건드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운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따뜻하게 다가온다.

 

이미지 제공: Pixabay, ⓒcongerdesign 

이번 출간은 이어령 선생의 글을 사랑해 온 이들에게는 오랜 벗과의 재회처럼 반갑고, 처음 접한 이들에게는 인자한 스승과의 만남처럼 설레는 소식이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들 속에서 답을 찾는 이들에게는 길 잃은 밤하늘의 북극성이 기꺼이 되어줄 것이다. 

 

극단과 대립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이어령의 지혜가 필요하다. 408쪽에 담긴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사유는, 서재 한편에 꽂아두는 책이 아닌 곁에 두고 자주 펼쳐야 할 소중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것"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사랑에는 입장이 없다"는 진실을 일깨우는 그의 말은,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다.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진리를 찾는 이들에게, 이어령의 마지막 문장들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주기를.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희망한 이어령 선생의 마지막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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