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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대의 글로사니즘]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어요 - 보상심리의 뒤통수
  • 기사등록 2025-03-24 08: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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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이 학교 왔는데. 좋은 학교 출신들이 더 대접받기를 바란다."

예전에 어느 명문 대학교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이 학생이 바라는 건 '보상'이다. '나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좋은 대학 왔다. 그러니 그만한 대접을 받고 싶다.'라는 속내.

학벌주의와 특권의식. 이를 상위 카테고리로 묶으면 '보상심리'에 속한다. 내가 노력한 만큼 돌려받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상심리가 거꾸로 자기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

노력하면 된다는 말. 격려 차원에서 흔히 하는 이 말. 거짓말이다.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 반드시 그렇진 않다. 보상을 받을 수도, 혹은 못 받을 수도 있다. 세상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죽을힘을 다해도 넘지 못하는 벽이 분명 존재하고, 아무리 머리 굴려봐도 해결 안 되는 문제가 있으며, 밤잠 설쳐가며 매달려도 번번이 실패하는 일도 있다.

세상일은 언제나, 늘, 매번, 한결같이, 내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뒤따른다는 보장이 없다. 학교 다닐 때는 몰랐어도 사회생활 몇 달만 해보면 깨닫는다. '아, 내 뜻대로 안 되는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보상심리가 내 뒤통수를 치게 되는 시점이.

‘사회생활은 왜 이렇게 힘들까?’, ‘왜 유독 나한테만 혹독한 걸까?’, ‘나만 힘든가?’ 보상심리가 클수록 사회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나 이만큼 노력했어. 그러니 이 정도는 가져야 해.’ 이런 보상심리가 나를 더욱더 좌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여기에 공들인 시간이 얼만데.’, ‘내가 몇 날 며칠을 밤새웠는데.’ 그런데 원하는 보상이 따르지 않을 때, 그 순간 내가 걸었던 기대 그 이상의 좌절이 찾아온다.

‘노력하면 된다면서? 보상받을 수 있다면서? 열심히 하면 다 잘 될 거라면서?’

무의식에 박혀 있던 이 잘못된 가르침은 실제 세상과의 괴리를 보여주며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한다. 내가 배웠던 공식이 현실에선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보통은 두 가지 심리적 선택을 하게 된다. 남 탓(투사 projection)을 하거나, 자기 탓(내사 introjection)을 하거나. 공통점은 어느 쪽이나 결국은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에 다름 아니라는 점.

 

세상이 그렇게 공평한가? 눈을 뜨고 보라. 그리고 냉정하게 말해보라. 정말로 공평한지. 헬조선이라 그렇다고? 역사책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라. 전 세계 통틀어 과거 어느 때라도 공정했던 사회가 있었나.

 

세상을 비관하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세상은 원래 그렇다. 그렇게 생겨 먹은 걸 그렇구나 하고 인정하면 된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공정하지 못하고, 생각보다 그다지 체계적이지도 않다. 이 사실을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다.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는 사회가 공정하지 않냐고? 그렇다면 반대로 별 노력 안 했는데 거저 얻은 결과에 대해서는 왜 함구하는가. 공평하길 원한다면서.


먼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내 의식 속에 있는 보상심리를 거둬내야 한다. 쉽다. 노력만큼의 보상이 없을 수도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 인지하면 된다.

보상심리를 거둔 다음에는 냉철한 이성을 세워야 할 차례다. 그 이성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성과가 없다면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나, 실패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또 내가 원하는 보상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면 된다.


내게 주어진 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비관할 필요도 없고, 환상을 품어서도 안 된다. 세상을 보는 기준을 바르게 세워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세상은 정직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현실에 만족하고 타협하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는 보다 나은 세상을 추구해야 한다. 다만, 현재는 그렇지 않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입력값에 따라 정직하게 답이 나와야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도 오류가 있다. 하물며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은 오죽하겠나. 오류투성이다. 나도, 당신도 그렇다.

서로가 서로의 오류를 감싸주고, 채워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특권을 바라는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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