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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책방-홍샛별] 감정과 양보 사이에서
  • 기사등록 2025-05-07 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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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즐겨 찾던 동화책을 어른의 시선으로 다시 읽고, 해석한 뒤 메시지를 나눕니다. 감정, 공감, 소통, 배려, 관계라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삶의 핵심 가치를 돌아보고, 자신만의 칼럼으로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울지 마!”, “조용히 해!”, “엄마 창피하게 왜 이래!”

흔히 아이가 울거나 소리를 지르면 부모들은 가장 먼저 통제부터 하려고 든다.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억누르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말들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아이 행동에 대한 통제는 필요하다. 다만, 왜 울고 소리를 지르는지에 대한 물음과 통제 이전에 다른 대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강격수 작가의 『화가 나』는 유아 인성 함양을 위해 쓰여진 동화 작품이다. 책 속에서 엄마는 평소 같았으면 아이의 울음을 말렸을 장면에서, 이번에는 조용히 기다려주는 선택을 한다. 아이가 감정을 충분히 표출하고 나자 대화를 시도하고, 차분하게 감정을 받아들인다. 그제야 엄마는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기 위해선 때로 양보도 필요하다고 가르쳐준다. 그렇게 아이는 조금씩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간다.

 

성인이 되어 읽는 동화에는 아이의 교육 목적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메시지가 읽히기도 한다. 이를테면 양보 말이다. 양보(讓步)란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의미하는 한자어다. 걸음을 사양하고 남의 의견을 좇는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까지 양보를 미덕이라 불렀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참는 법을 더 많이 배워왔다. ‘화를 내면 안 된다’, ‘울면 약해 보인다’, ‘불편한 감정은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규범은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화나는 감정, 슬픔, 억울함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있다. 화가 난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쓰는 것은 분명 잘못된 방식이지만, 화났다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일이다.

 

양보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때론 나를 내려놓고 상대를 배려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늘 양보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또 다른 억압일 수 있다. 누구나 양보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상대에게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화가 나』에는 감정 표현과 사회적 관계라는 두 가지 중요한 주제를 함께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지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다. 어른이 읽을 때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부모라면,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

 

감정과 양보 사이의 균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사이의 고민과 연습이야말로 진짜 성장을 이끌어낸다. 감정을 인정받는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더욱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가 자라면서 만드는 사회는,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더 따뜻한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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