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일상을 다채롭게 감각하고, 그 감각을 언어로 구조화해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있는 늘리혜 작가. 사진제공=더나은책방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이야기’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일상을 다채롭게 감각하고, 그 감각을 언어로 구조화해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작가 늘리혜는 그런 사람이다. 시와 시소설, 장편소설을 오가며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어내는 독립출판 작가이자, 자신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다.
그는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을 넘어, 자기표현을 통해 삶을 디자인하고 타인과 연결하는 사람이다.
그가 창조한 ‘일곱 색깔 나라와 꿈’ 프로젝트는 단일 작품이 아니라, 무려 11개 프로젝트로 연결된 거대한 판타지 서사이며, 동시에 사랑과 성장, 정체성과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 늘리혜의 첫 장편소설 『오렌지칵테일』(2021)은 무려 15년이라는 시간을 품은 특별한 작품이다. 소설이라는 꿈을 처음 꿨던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피어난 이야기 씨앗은 수많은 고치기와 지우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형태를 갖췄다. 퇴고는 단지 문장을 다듬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세계관의 방향을 정비하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엔 소설이라는 단어조차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내 안의 이야기를 믿고 계속해서 다듬었죠.”
『오렌지칵테일』은 단지 한 권의 데뷔작이 아니라, 자기확신과 꾸준함이라는 작가정신의 산물이며, “글을 쓰는 삶”을 향한 첫 공식적인 선언이었다.
이 작품은 ‘일곱 색깔 나라와 꿈’이라는 거대한 세계관의 서막을 여는 이야기로, 이후 전개될 시리즈 전체의 정서와 주제를 미리 암시한다. 개별 서사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이후 이어질 이야기들과 연결될 때 더 깊은 몰입감과 상징성을 갖게 된다.
『오렌지칵테일』을 통해 늘리혜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나요?”
이 질문은, 작가 자신이 글쓰기를 통해 묵묵히 답해온 물음이기도 하다.
작가 늘리혜의 첫 장편소설 『오렌지칵테일』(2021) 사진제공=더나은책방
두 번째 장편 『하늘에게』(2022)는 가을과 겨울, 청춘과 감정, 정체성과 사랑이 교차하는 섬세한 로맨스 소설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청춘의 불확실함과 내면의 흔들림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은 관계 안에서 진짜 ‘나’를 탐색하고,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진다.
“사랑은 정체성을 찾아주는 과정이기도 해요. 진심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됩니다.”
작가가 이 작품에 담은 말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게 하고, 타인의 눈을 통해 나를 새롭게 보게 만드는 자기이해의 통로가 된다는 통찰이다.
늘리혜 작가는 『하늘에게』를 통해 내면의 성장은 결국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사랑과 성장, 자아와 정체성의 유기적 연결을 다룬 이 작품은 개인의 서사를 삶의 메시지로 풀어내고자 하는 강연자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도 풍부한 영감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두 번째 장편 『하늘에게』(2022) 사진제공=더나은책방
2024년에 출간된 『일곱 색깔 나라와 꿈』은 판타지, 동화, 로맨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품으로, 작가 늘리혜 세계관의 정수를 담아낸 대표작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수노’는 어느 날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살아가다가, 꿈에서 만난 낯선 존재를 통해 잃어버린 조각들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억의 마지막 조각에 다다랐을 때, 그는 마침내 아름답고도 잔혹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는 단지 수노의 개인적 여정을 넘어, 우리가 모두 겪고 있는 일상의 감정과 상처를 비춘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잊고, 때론 소중한 사람에게 잊히며, 그렇게 상처받는다. 작가는 이 보편적인 감정을 판타지적 상상력과 감성적인 서사로 풀어내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기억과 감정,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을 잊고, 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잊힙니다.”
“그래서, 존재를 확인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일곱 색깔 나라와 꿈』은 단순한 힐링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잊고 잊히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상처 위에 조용하고도 단단한 위로를 얹는다. 기억이 지워졌다고 해서 존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는, 곧 타인을 기억해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윤리적 행위인가를 일깨워준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상처받은 감정을 회복시키고, 공감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문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감정과 기억의 깊이를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마음을 열 수 있듯, 이 작품은 '기억'을 통해 '존재'를 회복시키는 정서적 리더십의 교본이기도 하다.
2024년에 출간된 『일곱 색깔 나라와 꿈』사진제공=더나은책방
현재 텀블벅 펀딩 중인 신작 『나의 세계는』(2025 예정)은 ‘일곱 색깔 나라와 꿈’ 프로젝트의 네 번째 이야기이자, 앞선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키는 전환점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고등학생 아영이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건네받은 ‘보랏빛 펜던트’를 계기로, 아영은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에서 눈을 뜨게 된다. 낯선 시간과 사람들 속에서 아영은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소설이나 평행세계 판타지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며 수없이 마주하는 갈림길과 내면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는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선택과 후회, 성장과 회복이라는 보편적이고도 깊은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덧없이 사라질 가능성의 세계일지언정, 나의 세계는 내가 선택합니다.”
“별은 우리가 흘린 눈물이야. 그 눈물도 너무 슬프지 않기를 바라.”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장과 상징적 서사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독자 스스로 자기 삶의 중심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동시에 이 작품은 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서사적 도구로서 스토리의 힘을 보여준다.
강연자와 콘텐츠 기획자에게 『나의 세계는』은 단지 한 편의 소설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삶의 전환점을 말하는 서사적 프레임으로 읽힌다. 브랜딩, 자기이해, 정체성, 성장 서사 등 다양한 주제를 강연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현재 텀블벅 펀딩 중인 신작 『나의 세계는』(2025 예정) 사진제공=더나은책방
늘리혜 작가는 스스로를 “최고보다 좋은 샘플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 말한다. 무명의 시절 ‘글쟁이’라 불리던 그는, 지금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콘텐츠 제작자이자 독립출판 작가로 우뚝 섰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용기내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글을 쓰고 싶지만 길을 찾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저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의 글쓰기는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스스로를 발견하고, 세상을 설득하며, 타인의 마음을 여는 자기경영의 태도다. 오늘도 그는 말한다.
“이야기를 믿으세요. 당신 안의 세계는 이미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