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을호 기자]
빛나는 무대와 어두운 객석 사이
무대 위의 배우는 화려한 조명 아래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완벽한 대사와 세련된 몸짓으로 수많은 감정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조명이 꺼지면 무대와 객석 사이의 경계는 다시 선명해진다. 연기는 훈련과 연습으로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진정한 인간의 성품은 무대 밖에서 빛을 발한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필요에 따라 친절함이나 열정, 겸손함을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자신의 일부가 아니라면 언젠가는 그 가면이 벗겨질 순간이 온다. 기술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성품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유명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두 지원자가 이야기다. 모두 뛰어난 스펙과 면접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첫 번째 지원자는 명문대 출신에 해외 인턴십 경험까지 있었고, 면접에서도 완벽한 답변으로 심사위원들을 만족시켰다. 두 번째 지원자는 학벌은 다소 부족했지만 지역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면접에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면접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첫 번째 지원자는 청소 노동자에게 무례하게 행동했고, 두 번째 지원자는 그 노동자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었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본 인사팀장은 최종 결정에서 두 번째 지원자를 선택했다. 후에 그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인성은 가르칠 수 없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보여주는 행동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입니다."
이 이야기는 성품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다. 성품은 무대 위의 연기가 아닌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우리가 선택하는 행동이다. 그것은 스포트라이트가 꺼진 후에도 변함없이 빛나는 내면의 등불과 같다. 우리는 종종 화려한 무대 위의 성공에 현혹되어 어둠 속에서 빛나는 성품의 가치를 간과한다. 하지만 인생은 짧은 공연이 아닌 긴 여정이다. 이 여정에서 우리를 진정으로 지탱하는 것은 일시적인 기술이 아닌 변함없는 성품이다. 마치 별들이 어두운 밤하늘에서 더욱 빛나듯이 진정한 인성의 가치는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가진 기술은 언젠가 시대에 뒤처질 수 있지만 올바른 성품은 시간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그 가치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파도 앞에 선 모래성과 바위
해변가에 세워진 화려한 모래성을 상상해보자. 정교한 첨탑과 아름다운 성벽 그리고 섬세한 장식으로 가득한 이 모래성은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는다. 바로 옆에는 평범해 보이는 바위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파도가 밀려오기 전까지 모래성의 화려함은 바위의 소박함을 압도한다. 하지만 파도가 밀려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모래성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바위는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이것이 바로 기술과 성품의 차이다. 기술은 화려하고 인상적일 수 있지만 인생의 파도 앞에서 견고한 성품만이 우리를 지탱해준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뛰어난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혁신적인 앱을 개발했고, 단기간에 많은 투자금을 유치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에게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왔다. 경쟁 회사가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했고, 주요 투자자가 갑자기 투자를 철회했다. 회사는 급격한 자금난에 빠졌고, 많은 직원들이 떠나갔다. 이런 위기 속에서 그의 진짜 성품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급여를 가장 먼저 삭감했고, 남은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사무실에 출근해 커피를 준비했고, 밤늦게까지 남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였다. 그는 자신의 개인 저축을 모두 털어 직원들의 밀린 급여를 지급했다. 그의 한 직원은 이렇게 회상한다. "그 순간 우리는 단순히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희망을 받았습니다. 그의 행동은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였습니다." 놀랍게도,이런 그의 태도와 인성에 감동받은 직원들은 무급으로도 일할 의사를 밝혔고, 회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성공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성품의 힘을 잘 보여준다. 성공의 순간에는 누구나 훌륭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성품은 실패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마치 금이 불 속에서 정제되듯이 우리의 성품은 어려움 속에서 단련된다. 기술은 외부 환경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지만 성품은 어떤 상황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풍성한 시기에 베푸는 관대함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궁핍한 때에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은 진정한 성품에서 비롯된다. 성공할 때 겸손하고, 실패할 때 존엄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흉내 낼 수 없는 성품의 아름다움이다. 우리의 삶에서 기술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지만 성품은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우리의 기술이 아닌 우리의 성품을 기억한다.
메아리가 돌아오는 숲속에서
인생은 깊은 숲과도 같다. 우리가 숲속에서 외치는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작은 속삭임은 작게, 큰 외침은 크게 울려 퍼진다. 우리가 세상에 보내는 태도와 행동 역시 언젠가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숨겨진 법칙이다. 단기적으로는 뛰어난 기술이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성품이 인생의 질을 결정한다. 기술은 기회의 문을 열 수 있지만 성품은 그 문을 통해 들어간 후의 여정을 결정한다.
어느 중학교 교사는 뛰어난 교수법으로 유명하며, 학생들을 대하는 따뜻한 태도가 특히 돋보였다. 그녀는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도 변함없는 존중과 관심을 보였고, 항상 그들의 가능성을 믿었다. 가정환경이 어려워 자주 결석하고 수업 중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점심시간마다 추가 지도를 해주었다. 다른 교사들이 포기했을 때도 그녀는 끊임없이 그 학생을 응원했다. 15년 후 그녀는 예상치 못한 편지를 받았다. 그 문제 학생이었던 청년은 의사가 되어 있었고,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다.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수학 공식은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인간에 대한 믿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매일 환자들을 대하는 방식에는 선생님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성품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 우리가 가르치는 기술과 지식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더라도 우리가 보여주는 성품의 영향력은 세대를 넘어 계속된다. 마치 작은 돌멩이가 호수에 던져져 끝없는 파문을 만들어내듯이 우리의 성품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는 종종 성공을 측정 가능한 결과로만 평가한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얼마나 높은 지위에 올랐는지에 대해 중점을 두지만 진정한 성공의 척도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있다. 그 영향력은 우리의 기술이 아닌 우리의 성품에서 비롯된다. 결국 우리 인생의 메아리는 우리가 보낸 소리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우리가 실천한 친절과 정직, 그리고 나눈 사랑은 시간이 지나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되돌아온다.
우리는 기술과 효율성을 숭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많은 기술을 대체하고, 자동화는 더 빠른 결과를 약속한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종종 더 많은 기술을 습득하고, 더 빠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이런 외적 성취만으로는 진정한 만족과 의미를 찾기 어렵다. 우리 내면의 성품, 즉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타인을 대하는지가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한다. 기술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성품은 어렵다. 왜냐하면 성품은 일시적인 행동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우리 존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 한 번의 결정이 아닌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 인격의 산물이다. 마치 장인이 오랜 시간 나무를 다듬어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어내듯이 성품도 시간과 경험을 통해 조각된다. 이렇게 형성된 성품은 어떤 상황에서도 진정성을 잃지 않고 빛을 발한다.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많은 기술을 배우고 잊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필요한 기술도 변한다. 하지만 정직, 겸손, 인내, 용기와 같은 성품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다. 이런 가치들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삶에 의미와 아름다움을 더한다. 마치 등대가 어두운 바다에서 배들을 인도하듯이 우리의 성품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와 타인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결국, 우리가 이 세상에 남기는 진정한 유산은 우리가 이룬 업적이 아니라 우리가 보여준 성품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기술은 우리가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지만 성품은 우리가 세상에 어떤 의미를 남길 것인지를 결정한다.
사진편집=can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