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영
사진제공=EBS
[대한민국명강사신문 장선영 기자]
지난 12월 30일 밤, EBS1을 통해 방송된 다큐멘터리 K – 샘 리처드의 초저출생 리포트 3부 「그래도 희망은 살아있다」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초저출생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정면에서 조명했다. 이번 방송은 ‘출산율 세계 최저’라는 통계적 수치를 넘어, 왜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점점 불가능한 선택이 되어가고 있는지를 국제적 시각에서 분석한 점에서 의미가 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사회학 교수이자 에미상 교육 콘텐츠 부문 수상자인 샘 리처드는 30년 넘게 세계 각국의 사회 변화를 관찰해 온 학자다. 그는 “세계의 미래를 앞서 보고 싶다면 한국을 주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한국을 찾았고, 저출생 현상을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경고 신호’로 해석했다.
방송에서 제시된 수치는 충격적이다. 지난 5년간 한국의 조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4.9명 수준으로, 이는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과 비교해도 유례없는 낮은 수치다. 샘 리처드는 이 현상을 개인의 결혼관·출산관 변화로만 설명하는 시각을 경계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고 느낄 수 없는 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큐멘터리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차분히 짚어간다. 과도한 주거비 부담, 불안정한 고용 환경, 돌봄의 책임이 개인과 가족에게 과도하게 전가된 시스템,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축복’이 아니라 ‘리스크’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다. 특히 주택 문제는 출산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으로 제시됐다. 샘 리처드는 “집이 삶의 기반이 아니라 불안의 근원이 되는 사회에서는 출산이 합리적 선택이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런 가운데, 방송은 한국 사회의 ‘예외적 장면’을 조명하며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아파트 단지는 지난 5년간 주민 1,000명당 평균 14.9명의 출생아 수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이곳에서는 임대료가 인근 시세의 약 70% 수준으로 유지되고, 주거 안정성이 보장되며, 부모 간의 자연스러운 육아 공동체가 형성돼 있었다.
샘 리처드는 이 마을에서 한국 저출생 문제의 ‘해결 단서’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출산을 장려하는 구호나 일회성 지원금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워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 환경, 이웃과 공동체가 함께 돌봄을 분담하는 구조가 실제 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은 아이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아이를 책임질 수 없는 사회를 두려워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방송은 한국 초저출생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복합적 위기임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출산율 반등이 가능했던 이 작은 공동체 사례를 통해, 정책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도 분명히 제시했다. 출산을 개인의 선택과 책임으로만 돌리는 사회에서 벗어나, 주거·돌봄·노동 환경 전반을 재설계하지 않는 한 초저출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다.
다큐멘터리 K – 샘 리처드의 초저출생 리포트 3부는 한국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아이를 환대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