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옥 기자
이미지제공=생성형AI
[대한민국명강사신문=조재옥 기자]
공공기관에서 포스터를 만드는 일은 늘 신중함을 요구한다. 색감이나 배치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날짜는 정확한지, 장소 표기는 혼동의 여지가 없는지, 연락처는 최신 정보인지. 이 가운데 하나라도 틀리면 포스터는 즉시 신뢰를 잃는다. 공공 포스터는 홍보물이기 이전에, 행정의 신뢰를 외부로 전달하는 공적 문서다.
최근 AI를 활용한 포스터 제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면 시안이 자동으로 생성되고, 반복 수정도 손쉽다. 현장에서는 분명 환영할 변화다. 포스터 제작은 대부분 본업이 아닌 부가 업무로 처리돼 왔고, 시간과 부담을 동시에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AI는 이 ‘시작의 부담’을 크게 낮췄다.
하지만 공공 영역에서 기술의 도입은 언제나 한 가지 질문을 동반한다. 편리해진 만큼, 무엇을 더 점검해야 하는가다. 특히 포스터처럼 시민에게 직접 노출되는 홍보물은 그 영향 범위가 넓다. 제작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류가 그대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래서 공공 포스터에서 AI는 ‘대체’가 아니라 ‘보조’의 위치에 있어야 한다.
공공 포스터가 민간 홍보물과 다른 지점은 분명하다. 민간에서는 시선 집중과 인상이 중요하지만, 공공에서는 정보의 정확성과 해석의 여지가 없는 전달이 우선이다. 과장된 표현이나 감성적 문구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행정 문서에서 익숙한 관용적 문장 역시 포스터에서는 정보 밀도를 떨어뜨린다. 공공 포스터는 설득보다 안내에 가깝다.
AI 포스터 제작에서 가장 먼저 세워야 할 기준도 여기에 있다. 디자인 콘셉트보다 정보 구조가 앞서야 한다. 행사 목적, 대상, 일정, 장소, 신청 방법, 문의처 등 핵심 정보가 빠짐없이 정리돼야 하며, 비어 있는 항목은 없어야 한다. AI는 빈칸을 채우려는 성향이 있고, 그 추측은 공공 홍보에서 곧 오류가 된다. 정보 입력 단계에서부터 표준화가 필요한 이유다.
문구 역시 줄이는 것이 원칙이다. 핵심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 포스터는 읽히는 문서가 아니라, 스캔되는 정보다. 출력 규격과 스타일을 미리 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준이 정해져 있을수록 결과물의 편차는 줄어들고, 검수는 쉬워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의 위치다. AI가 초안을 만들 수는 있지만, 최종 판단과 검수는 반드시 사람이 맡아야 한다. 날짜, 숫자, 고유명사는 반복 확인의 대상이어야 한다.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공개 정보만 사용하는 원칙 역시 명확히 유지돼야 한다. 이는 기술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신뢰의 문제다.
AI는 포스터 제작을 빠르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공 홍보에서 빠름은 목표가 될 수 없다. 목표는 언제나 신뢰다. 그래서 포스터 작업에서는 생성보다 검증이 앞서야 하고, 디자인보다 원칙이 먼저여야 한다. 작은 표준 하나를 문서로 남기고 같은 구조를 반복해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현장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AI는 그 표준을 실행하는 도구일 뿐이다. 공공 포스터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빠른 제작보다 정확함을 선택하는 태도다. 그 태도가 쌓일 때, 공공 홍보는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