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손현주 글, 함주해 그림 『유리창을 넘은 새』 특서주니어 출판. 사진=출판사 제공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도시를 걷다 보면 유리창에 부딪힌 새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다. 반짝이는 빌딩 숲은 사람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새들에게는 길을 잃게 만드는 위험한 공간이 된다. 손현주의 『유리창을 넘은 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을 통해, 아이들에게 조용하지만 따뜻한 질문을 건네는 동화다.
이 책은 도시 외곽 작은 숲에 둥지를 튼 어미 유리새와 세 마리 아기 새의 이야기다. 공사장의 소음과 흔들림, 먼지와 불빛, 밤마다 방향을 헷갈리게 만드는 가로수 조명까지. 도시에서 새를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유리창이다. 하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기 때문이다.
어미 유리새는 아기 새들을 품에만 안고 지키지 않는다. 위험한 세상 속에서도 결국은 스스로 날아야 한다는 걸 알기에, 날개를 펴는 법을 차근차근 가르친다. 무서워서 망설이는 아기 새들에게 “하늘을 향해 날아 보라”고 말하는 장면은, 어린이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처음은 누구나 두렵지만, 용기를 내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야기 속에는 까마귀도 등장한다. 천적이지만, 같은 어미 새라는 점에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한다. 유리새는 싸움 대신 공존을 선택하고, 까마귀 역시 그 손을 잡는다. 이 장면은 아이들에게 ‘이겨야만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 역시 용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리창을 넘은 새』는 환경 이야기를 어렵게 풀지 않는다. 네온사인, 음식물 쓰레기, 반짝이는 유리창 같은 익숙한 도시 풍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아이들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스로 깨닫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아기 새들의 선택이다. 숲을 찾지 못하더라도, 도시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예측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도 관찰하고, 판단하고, 다시 날아오르려는 태도는 어린 독자에게 꼭 필요한 힘이다.
『유리창을 넘은 새』는 생명 존중과 환경 보호를 이야기하면서도 따뜻하고 친근하다. 가정에서 함께 읽어도 좋고, 학교나 도서관에서 이야기 나누기에도 알맞다. 작은 새 한 마리의 날갯짓이 마음에 오래 남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결국 우리 자신의 삶과 닮았기 때문이다. 도시의 하늘 아래서 조심스럽게, 하지만 끝내 날아오르는 유리새의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조용한 응원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