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서울 송파구 석촌동분회 홍샛별 분회장.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교실 한켠에서 책을 읽는 아이의 표정은 늘 조금 다르다. 문장을 따라가다 멈추기도 하고, 마음에 걸린 문장에서 고개를 들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영어로 책을 읽고 말하는 수업을 이어가던 홍샛별 분회장은, 그 작은 변화의 순간들을 오래 바라보아 온 사람이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짐작하고,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언어로 꺼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는 다시 한 번 ‘읽는 배움’의 힘을 실감했다.
그 힘은 성적이나 기술에 머물지 않았다. 책을 매개로 한 읽기와 말하기는 아이들의 태도를 바꾸고, 관계를 넓히며, 생각의 방향을 조금씩 성장시키고 있었다. 홍 분회장은 이 경험을 교실 안에만 두고 싶지 않았다.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읽기의 장면이 가정으로, 지역으로, 더 넓은 사회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책 읽는 나라 운동」으로 향했다.
현재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동분회에서 활동 중인 홍샛별 분회장은, 영어 강사이자 독서 실천가로서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책과 언어, 그리고 사람을 잇는 일을 차분히 이어가고 있다.
다른 문화 속에서 배운 공감의 힘, 독서로 이어지다
홍 분회장의 독서관에는 그의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다름’을 설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야 할 현실로 받아들이게 했다. 언어와 문화, 생활 방식이 다른 사람들 속에서 그는 빠르게 판단하기보다 한 발 물러서서 듣는 태도를 배웠다. 그 경험은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단단한 힘은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는 마음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홍 분회장은 사람의 성장은 결국 공감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공감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려는 태도에서 비롯되고, 그 태도는 쉽게 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책이 갖는 역할에 다시 주목하게 됐다. 아이들은 아직 세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지만, 책을 통해서는 전혀 다른 삶과 마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분회장이 독서를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미리 경험하는 통로’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권의 책은 아이들에게 낯선 감정과 상황을 안전하게 마주할 기회를 제공하고, 그 경험은 자연스럽게 타인을 이해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그에게 「책 읽는 나라 운동」은 단순한 독서 장려 활동이 아니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마음의 폭을 넓히며, 더불어 살아가는 감각을 익혀가는 길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샛별 분회장은 독서를 단순한 학습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미리 경험하는 통로’로 바라본다. 사진=홍샛별 분회장 제공
영어 수업 속 독서, 가정으로 이어지는 읽기 문화
현재 홍 분회장은 발표와 글쓰기 중심의 영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책을 보다 자연스럽게 읽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돕고 있다.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해 영어로 말하거나 글로 정리하는 이 수업은 단지 언어 능력을 키우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은 책 속 내용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문장을 곱씹으며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말과 글로 풀어내는 경험을 반복한다. 읽기와 표현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시간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수업에서 다룬 책이 자연스럽게 가정으로 이어지면서, 학생과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책에서 느낀 점을 설명하고, 부모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은 독서가 학습 과제가 아닌 일상의 대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홍 분회장은 이처럼 독서가 혼자 하는 활동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하면서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독서문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
앞으로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안에서 작은 북토크와 독서 모임을 열 계획이다. 교실에서 시작된 읽기와 대화의 경험을 지역 공동체로 확장해, 더 많은 시민들과 책이 주는 즐거움을 나누고자 한다. 아이와 가정, 그리고 지역을 잇는 읽기의 흐름은 그렇게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
꾸준함과 방향, 교육 현장에서 만난 두 권의 책
홍 분회장의 삶과 교육관에 깊은 흔적을 남긴 책으로는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과 김영훈의 『노력의 배신』이 있다. 두 책은 모두 ‘노력’을 이야기하지만, 그 결은 다르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릿』은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이 재능이나 환경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 앞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열정이 있는 끈기’임을 보여준다.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머리가 좋거나 조건이 유리해서가 아니라,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오래 붙들 수 있었던 태도에 있었다. 홍 분회장은 이 메시지를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자연스럽게 겹쳐 본다. 한 번의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왜 이 길을 가는지 알고 끝까지 해보려는 마음이라는 점에서다.
반면 『노력의 배신』은 우리 사회가 너무 쉽게 ‘노력’을 만능 해답처럼 사용해 왔음을 되짚는다. 열심히 했다는 이유만으로 결과가 정당화되고, 실패는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환원되는 구조 속에서 아이들 역시 스스로를 쉽게 몰아세우게 된다는 문제의식이다. 이 책은 무조건적인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과 기회, 그리고 자신의 조건을 이해한 상태에서 선택하는 ‘방향’임을 강조한다.
이 두 책은 홍 분회장에게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 주었다. 노력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이 아이들을 압박하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그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더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지금의 시도가 너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먼저 묻는다. 끈기는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고, 방향이 설 때 비로소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힘을 기르되, 그 힘이 스스로를 소진시키지 않도록 돕는 것. 자신만의 속도와 기준을 세우고, 작은 성취를 통해 성장의 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 홍 분회장이 두 책을 통해 확신하게 된 교육의 태도는, 오늘도 교실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의 말과 선택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홍샛별 분회장이 삶과 교육관에 깊은 흔적을 남긴 책으로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과 김영훈의 『노력의 배신』을 꼽았다.
독서의 본질을 묻는 책, 시민에게 권하다
홍 분회장이 시민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꼽는 것은 김을호 교수의 『결국 독서력이다』다. 이 책은 독서를 ‘많이 읽는 행위’나 ‘지식을 쌓는 방법’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대신 왜 읽어야 하는지, 읽은 뒤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홍 분회장은 바로 이 지점이 현장에서 아이들과, 또 시민들과 독서를 이야기할 때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읽기에서 멈추지 않고 글쓰기로 확장하는 WWH131 시스템이다. 무엇을 읽었는지에 그치지 않고, 왜 인상 깊었는지, 그것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질문하게 만드는 구조는 누구나 생각을 정리하고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홍 분회장은 이 방식이 독서를 ‘잘하는 사람만의 활동’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의 사유를 끌어오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수업과 모임에서 이 구조를 접한 아이들과 시민들은 책을 읽은 뒤 자신의 말을 꺼내는 데 점점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홍샛별 분회장은 이 책이 특히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정보는 넘치고, 요약과 분석은 AI가 대신해 주는 시대이지만,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국 독서력이다』는 독서를 통해 사고의 근육을 기르고, 타인의 생각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는 힘이 왜 중요한지를 차분히 짚어준다. 홍 분회장에게 이 책은 독서와 글쓰기, 그리고 AI 시대의 배움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 안내서다.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은 메시지. 홍 분회장은 이 책이 많은 시민들에게 독서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읽는 행위가 곧 생각하는 일이 되고, 생각이 다시 말과 글로 이어질 때, 독서는 비로소 삶의 힘이 된다는 믿음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다고 말한다.
홍샛별 분회장이 시민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김을호 교수의 『결국 독서력이다』를 꼽았다.
함께 읽고, 함께 성장하는 길 위에서
홍샛별 분회장은 「책 읽는 나라 운동」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책을 읽는 시간이 혼자일 때보다 함께할 때 훨씬 오래 남는다고. 자신 역시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배우고 흔들리며 성장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독서는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나아가기 위한 매개에 가깝다.
그는 자신의 배움이 누군가에게 작은 자극이 되고, 또 다른 이의 경험과 생각이 다시 자신을 성장시키는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그 오가는 과정 속에서 생각은 넓어지고,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진다. 독서가 삶의 힘이 되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고 믿는다.
교실에서 시작된 읽기의 경험이 가정으로, 지역으로 조심스럽게 이어지는 지금, 홍샛별 분회장의 독서 여정은 눈에 띄는 성과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남는 변화를 향하고 있다. 꾸준히 읽고, 함께 나누며, 서로를 성장시키는 길. 그 길 위에서 그는 오늘도 책을 펼치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