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책 읽는 나라 운동』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남동분회 김경애 분회장
[대한민국명강사신문 김현주 기자]
제주 바람이 스치는 도시, 제주시 도남동에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으로 독서문화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다. 바로 「책 읽는 나라 운동」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남동분회를 이끄는 김경애 분회장이다. 그는 자신을 “책이 제 삶의 방향을 바꾼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이 짧고도 단정한 한마디는 결코 가벼운 표현이 아니다. 그는 인생의 중요한 고비마다 책이 길을 밝혀주었고, 때로는 멈춰 서 있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순간들을 기억한다. 책은 그에게 새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한 나침반이자,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삶의 축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그가 걸어온 길처럼 책이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도 빛을 비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 독서문화를 차분히, 그러나 꾸준하게 이끌고 있다.
■ 책이 삶의 ‘나침반’이 되다
김경애 분회장이 「책 읽는 나라 운동」과 인연을 맺게 된 배경에는 특별한 미사여구보다 ‘확신’이 먼저 자리한다. 책이야말로 그녀의 삶을 이끄는 가장 정확한 방향키였기 때문이다.
삶의 크고 작은 순간마다 책은 늘 그녀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는 한 문장의 울림이 지도를 펴 주었고, 선택의 갈림길에서는 한 줄의 통찰이 방향을 정해주었다.
그는 말한다. “독서는 제게 늘 좋은 방향을 제시해줬어요. 그 힘을 저 혼자만 누리기엔 아깝더라고요.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시선이 달라지고, 마음이 넓어지고, 삶의 리듬 자체가 바뀌는 경험을 여러 번 해온 그는 자연스럽게 ‘확산’이라는 다음 여정을 선택했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아니라, 책의 힘을 믿고 그 힘을 지역에 전하고자 하는 ‘전달자’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저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아니라, 책의 힘을 믿고 그 힘을 지역에 전하고자 하는 ‘전달자’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김경애 분회장. 사진 제공= 김경애 분회장
■ “책은 제 삶입니다”
많은 이들이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김경애 분회장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을 “삶 자체”라고 표현한다. 그에게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중심을 붙드는 공부다.
특히 그의 삶을 강하게 흔든 책은 『다산의 마지막 공부』다. 정약용·퇴계·정조 같은 조선의 지적 거인들이 생의 끝까지 붙들었던 바로 그 마음 공부의 경지, 즉 ‘심경’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책은 결국 마음공부”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한다. 삶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버리고 비우는 방식으로 버티는 대신,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고 화해하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공부라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회상한다.
『심경』이 말하듯 사람의 마음은 늘 흔들리고 복잡하지만, 그 중심을 다시 붙드는 순간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김경애 분회장은 바로 그 지점을 경험한 사람이다. 책 한 권이 시야를 넓히고, 태도를 바꾸고, 결국 삶 전체의 리듬을 다시 세워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진하게 체감했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책은 제 삶을 바꿨고, 앞으로도 제 삶이 될 겁니다.”
그에게 독서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을 다시 붙드는 과정이자 더 나은 내일을 향한 마음의 연습인 셈이다.
■ 청소년에게 ‘논술’보다 먼저 가르치는 것
현재 김경애 분회장은 청소년 독서·논술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가 가르치는 것은 단순한 글쓰기 기술이나 시험 대비식 문장력이 아니다. 그의 교육은 책을 읽는 눈, 생각을 깎아내는 힘,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건강한 태도를 먼저 세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말한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 글쓰기는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의 수업에서는 한 문단을 잘 쓰는 것보다 한 문장을 깊이 읽는 시간이 더 길다. 문장의 의미를 되묻고, 등장인물의 선택을 해석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비교해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글쓰기의 틀을 배우기 전에 생각의 틀을 세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
김경애 분회장은 아이들의 변화가 결코 단숨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책이 사람을 바꾸는 속도는 매우 느리고, 때로는 미세한 결로만 드러난다. 그래서 그의 교육에는 조급함이 없다. 대신 아이들과 함께 책장을 넘기며 기다리고, 관찰하고, 조용히 응원한다.
그는 믿는다. “책을 통해 단단해진 한 명의 아이는 결국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갈 힘을 갖게 됩니다.”
바로 그 믿음이 청소년 독서교육 현장에서 그를 한결같이 머물게 하는 힘이다.
■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
김경애 분회장이 주민들과 회원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 책도 역시 『다산의 마지막 공부』다. 그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히 “좋은 책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에게 이 책은 삶의 방향을 다시 세워준 실질적인 지침서이자, 마음의 중심을 붙드는 새로운 공부의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는 우리가 살아가며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이 마음이며, 그 마음을 다시 붙드는 것이야말로 평생 이어가는 공부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김경애 분회장은 이 책에서 특히 다음의 점을 깊이 받아들였다.
◆ 마음공부란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와 화해하는 과정이라는 점
◆ 오늘 흔들린 마음을 인정해야 내일 조금 덜 흔들릴 수 있다는 다산의 태도
◆ 삶이 복잡할수록 중심은 더 단순해야 한다는 ‘심경’의 가르침
그는 말한다. “이 책은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에요. 나이가 들거나 환경이 달라져도 우리는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한 번 읽는 책’이 아니라 삶의 단계마다 다시 펼쳐볼 수 있는 마음의 좌표 같은 책이라고 말한다. 그의 권유가 진심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책 속에서 직접 삶의 전환점을 건져 올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경애 분회장이 말하는 ‘추천’은 곧 함께 넓어지고 함께 단단해지는 길로 초대하는 마음에 가깝다.
김경애 분회장은 인생책과 추천할 책으로 『다산의 마지막 공부』를 꼽았다.
■ “함께여서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김경애 분회장은 책을 사랑하고, 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담담하지만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배움에 끝이 없어요. 혼자 가면 막막하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라면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멀리 확산될 수 있습니다. 함께여서 참 고맙고, 함께여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독서는 본래 조용한 개인의 활동처럼 보이지만, 책을 매개로 사람은 서로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한 걸음씩 더 단단해진다. 김경애 분회장이 도남동에서 이어가고 있는 작은 독서 모임 하나, 한 권의 책 나눔 하나가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잇고, 지역의 마음을 묶고, 공동체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그가 심어가는 독서의 씨앗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지만, 땅속에서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어느새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독서는 그런 힘을 가진다. 그리고 그런 힘을 서로 나누는 사람들이 모일 때, 한 지역의 문화는 단단하게 숨을 쉬기 시작한다.
제주의 바람이 늘 그러하듯, 김경애 분회장의 독서 여정도 소리 없이 깊고, 멀리 흐른다. 그 여정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길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책을 펼치며 조용히 자신만의 첫 발을 내딛을 것이다.
함께 읽는다는 것, 그것이 결국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첫 문장임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함께 읽는다는 것, 그것이 결국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첫 문장이라고 강조하는 김경애 분회장. 사진제공=김경애 분회장